KDIːangle - KDI만의 새로운 시선
다양성의 가치, 인구감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2023 AUTUMN VOL.58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3년 9월 21일 기준으로 남자축구 피파랭킹 1위인 국가는 아르헨티나이다. 2위는 프랑스, 3위는 브라질이다.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바로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거다. 자연스레 이런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구가 많으면 확률적으로 실력 있는 축구 선수들을 더 많이 배출할 수 있지 않을까?
2019년 UN 발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인구는 4,478만 명, 프랑스는 6,513만 명, 브라질은 2억 1,105만 명이다. 5,155만 명의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아르헨티나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고, 프랑스는 1,300만여 명이 더 많다. 브라질은 무려 우리나라 인구수의 4배에 달한다. 이쯤 되면, 인구수와 축구 실력은 얼추 비례하는 듯 보인다. 사실상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우리나라는 피파랭킹이 올라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한 해 100만 명 이상씩 아이들이 태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58년 개띠’가 이에 해당한다. 또 다른 한 시절은 1971년을 전후한 때이다. 이 두 시기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이후로 출생아수는 줄어들어 2022년에는 24만 9,000명에 머물렀다.
이렇게 한 해 출생아수가 1/4로 줄어드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몇 차례 큰 굴곡들이 있었다. 출생아수가 조금씩 순차적으로 줄어들기보다는, 정체된 듯하다가 특정 시점에 크게 변화하고 다시는 이전 시기를 회복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줄어든 것인데, 대표적으로 주목해야 할 세대가 1984년생이다.
실제로, 100만 명대 출생아수가 점차 줄어들어 1982년에는 84만 명에 이르게 된다. 그러다가 1983년에 77만 명, 1984년부터는 60만 명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단 2년 만에 80만 명이 60만 명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 인구와 관련한 문제의 중심이 되는 시기는 2002년생이다. 출생아수 감소 흐름이 마치 1984년을 보는 것처럼, 2000년까지는 한 해 출생아수가 60만 명대로 유지되는 듯싶다가 2001년에 55만 명으로 줄어들고, 2002년부터는 49만 명으로 한 해 출생아수 40만 명대 시대가 시작된다. 다시는 60만 명대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2000년부터 2005년을 비교하자면 단 5년 만에 출생아수 20만 명이 줄어들었다. 최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5년을 정점으로 출산율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고 출생아수도 2020년부터는 20만 명대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몇 달이 남기는 했지만, 올해 출생아수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렇게 출생아수에 큰 변화가 있다 보니 이들 세대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사회변화도 강제된다. 대학입시 미달 사태가 발생했고, 늘어나던 어린이집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병역자원이다. 앞으로 군(軍)이 얼마나 많은 청년을 보유할 수 있을까. 경제활동을 포함해서 다른 역할을 해야 할 인구도 부족할 상황이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몸이 달라지면 옷을 바꿔야 한다. 달라진 체형에 맞춰 옷을 늘리거나 줄이든지, 아니면 아예 새 옷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해 80만 명씩, 60만 명씩 새로운 인구가 늘어나던 시절에 형성된 시스템이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할 리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반 시설이나 국가서비스가 항상 부족했다. 사람은 많고 이들을 활용할 자리는 부족하다 보니, 사람 한 명 한 명이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줄어든 인구수만큼 어느새 우리나라는 인구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사회로 바뀌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인구수로는 5천만 명에서 4천만여 명으로, 어쩌면 3천만 명대로까지 줄어드는 사회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때 가져야 할 관점이 다양성이다. 한 명 한 명 서로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갖는 다양성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창의가 만들어 내는 경쟁력이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피파랭킹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남자축구 순위는 26위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를 가진 나라들이 우리보다 높은 랭킹을 차지하는 경우가 여럿 있다. 벨기에(5위), 크로아티아(6위), 네덜란드(7위), 포르투갈(8위)은 인구수가 각각 1,154만 명, 413만 명, 1,710만 명, 1,022만 명에 불과하다. 단순히 인구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이미 이 가설은 중국의 피파랭킹을 통해 철저히 부정된다). 축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만 충분히 있다면, 이들 중에서 재능있는 이들을 성장시켜도 충분히 세계 무대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나라가 될 수 있다.
“
한 명 한 명 서로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갖는 다양성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창의가 만들어 내는 경쟁력이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인구는 감소하더라도 각자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한다면,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 이상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도 있다.
다양성의 관점에서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생년월일과 성별은 태어날 때 결정되지만, 그에 해당하는 역할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과거엔 연령규범, 성규범이 강고했다. “너 몇 살이야?”라는 질문은 초등학생들이 싸울 때만 쓰는 말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이 질문은 내면화되어 자기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묻고 또 묻게 된다. 그리고 이에 맞춰 살아가려고 하였다. “여자가 무슨…”, “남자는 모름지기…”라는 말도 흔히 듣던 말이었다.
이제는 달라지고 있고, 더 달라져야 한다.
2021년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5~49세 남자의 80% 이상, 여자의 90% 이상이 우리 사회에는 결혼적령기 규범성이 있다고 답했다. 결혼적령기라는 규범성이 여전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 결혼적령기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그렇다는 응답이 남자는 50%를 조금 넘어서고, 여자는 50%가 못 되었다. 사회가 갖는 규범성과 스스로 생각하는 규범성 사이에 간극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이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모순된 사회상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곳곳에서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달라진 체형을 무시한 채 옛날 옷을 계속해서 입고 살 수는 없다. 이젠 각자가 원하는 대로, 개성에 맞춰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우리 사회제도도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다양성의 관점에서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생년월일과 성별은 태어날 때 결정되지만, 그에 해당하는 역할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과거엔 연령규범, 성규범이 강고했다. “너 몇 살이야?”라는 질문은 초등학생들이 싸울 때만 쓰는 말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이 질문은 내면화되어 자기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묻고 또 묻게 된다. 그리고 이에 맞춰 살아가려고 하였다. “여자가 무슨…”, “남자는 모름지기…”라는 말도 흔히 듣던 말이었다.
이제는 달라지고 있고, 더 달라져야 한다.
2021년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5~49세 남자의 80% 이상, 여자의 90% 이상이 우리 사회에는 결혼적령기 규범성이 있다고 답했다. 결혼적령기라는 규범성이 여전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 결혼적령기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그렇다는 응답이 남자는 50%를 조금 넘어서고, 여자는 50%가 못 되었다. 사회가 갖는 규범성과 스스로 생각하는 규범성 사이에 간극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이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모순된 사회상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곳곳에서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달라진 체형을 무시한 채 옛날 옷을 계속해서 입고 살 수는 없다. 이젠 각자가 원하는 대로, 개성에 맞춰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우리 사회제도도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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